승마교실

 

 
날짜 작성일 : 12-04-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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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자조련 (御者調鍊)
 글쓴이 : 이호규
새글 조회 : 1,970  

천재화가라는 단어를 접하면 우리는 흔히 화가의 재능보다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드라마나 괴팍한 성정, 그로 인한 갖가지 기이한 일화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천재화가를 따라다니는 고정인식은 아마도 우리가 세상과 화해한 천재화가를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생겨났을 것이다. 그리고 오원(吾園) 장승업이야말로 우리의 고정인식을 배반하지 않는 천재화가의 현신이다. 19세기 중후반을 산 장승업은 출생의 기록이 없다. 하지만 그가 일년 열두달, 늘 술에 취해 살았으며 그림을 그릴 때면 항상 술과 여자가 있어야 붓을 들었다고 한 기록은 수없이 남아있다.

실제 장승업은 항상 주독으로 인해 불그스레한 코를 하고 청록에 가까운 파란 창의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고 한다. 장승업은 자신의 그림재주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면서 '나도 원이다'라는 의미로 스스로를 오원(吾園)이라 불렀다. 고종황제가 그를 화원으로 고용했을 때 장승업은 매이는 걸 질색하는 성격 탓에 왕명을 거역하고 궁을 빠져나와 도망가는 대역죄를 수차례 저지르기도 했다. 대노한 고종이 장승업을 잡아 가두려 할 때면 그의 재주를 아끼던 충정공 민영환의 상소로 살아남기도 했다.

자유인을 가두어 원하는 그림을 얻고자 강요했던 탓이었는지 고종황제는 결국 장승업의 그림을 얻을 수 없었다. 사실 장승업의 그림이 모두 수작은 아니다. 취기로 인해 들쑥날쑥한 그림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스스로 평하듯 신운(神韻)이 생동(生動)하는 압도적인 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매의 시점에서 바라보듯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보는 시점으로 구성된 '어자조련'은 장승업 화풍의 특색이 살아있다.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좁고 긴 화면 안에 두 마리 말과 이들을 조련하는 조련사의 모습은 구륵법으로 섬세하게 채색되어 있고 화면의 전경을 과감하게 채우고 있는 나무와 돌은 먹으로 거침없이 그려냈다.

이렇게 한 작품에 두 가지 표현법을 쓰는 것은 장승업의 특기이기도 하다. 결혼을 했다가도 하룻밤 만에 이혼할 정도로 세상사에 매이는 걸 못 견뎌 했던 기질 때문인지 장승업의 그림에는 현실세계가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장승업에게는 세속을 초월한 고사 속 인물과 영물들이 오히려 더 생동하는 현실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현미(40)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양희원 KRA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교관


'어자조련'은 일반인에게 영화 '취화선'(술에 취해 그림을 그리는 신선)으로 잘 알려진 천재화가 장승업의 작품이다. 어자조련은 말을 주인공으로 그렸다는 점과 말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점 또 정밀하고 순하며 따뜻하게 표현하려고 노력 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된다. 또 다른 한국화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을 크게 그리고 탐스럽게 그렸다.

승마인 입장에서 장승업이 역시 천재라고 감탄하는 이유는 말과 사람이 교감하는 느낌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림에서는 사람이 채찍 혹은 작대기로 지적을 하고 있는데 말은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수긍하고 있는 형상이다. 실제로도 사람과 말이 교감을 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말도 개나 고양이처럼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고 어떤 말들은 졸졸 따라다니기 까지 한다. 말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정밀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이 역력히 들어나는 것은 수장굴레다.

그림에서 말에 착용된 장비는 수장굴레 하나뿐인데 말들은 방목 할 때도 기본적인 수장굴레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장굴레 없으면 말에 안장을 얹기도 굴레를 씌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오는 수장굴레 현재의 수장굴레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비다. 대충 그린 그림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장승업 역시 서양의 화가들처럼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리지는 않았다. 그림에 나온 말의 품종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전통적인 국내 말은 토종 조랑말 또는 여진·거란·몽고와 거래를 통해 얻은 몽고계의 북방마들이 선조일 가능성이 높다. 이 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또 말은 두 마리인데 사람은 한명이다. 이 상황이면 사람은 두 명이어야 말을 컨트롤할 수 있다. 미적으로 아름답게 그렸지만 실존하는 말과는 다르다. 마치 10등신 '바비인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말의 머리와 몸의 비율이 맞지 않고 또 꼬리도 아래쪽에 그려 넣었다. 말의 꼬리는 엉덩이의 위쪽에 달려있지만 어자조련에 표현된 말의 꼬리는 중간 또는 그 아래에 위치해있다. 말의 마체를 생각할 때 구조적으로 맞지 않다. 그림에서 꼬리가 달린 위치는 말의 뒷다리 허벅지 아래쪽이다.


[이 게시물은 국제승마장님에 의해 2012-12-07 10:13:47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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